(1) 가슴에 걸린 금메달 위로 손에는 상패와 꽃을 쥐고 서있다. 15세 소년 판팅위(范廷鈺)는 시상대 앞에서 기뻐하지도 웃지도 않았다. 묵묵히 시상대로 올라왔다.

1996년 출생인 판팅위는 일종의 ‘애어른’이다. 이미 중국바둑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4세 때터 배워온 바둑이라, 수년간의 승부에 단련이 됐음인지 얼굴에 기쁨과 슬픔의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됐다. 말을 아낀다.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하는 말들은 모두 3~5 마디를 넘지 않는다.

2011년 11월16일 사이버오로에 오른 ‘제2회 중국 지력(두뇌)운동회’ 보도 기사다. 이 대회에서 당시 15세인 판팅위는 씨에허, 후야오위, 왕시, 리저, 스웨 등 쟁쟁한 기사들 숲에서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 후야오위와 금메달을 다퉜다. 간발의 차로 진 후야오위는 머리칼을 부여잡고 머리를 홰홰 저으며 아쉬워했지만 판팅위의 얼굴엔 승리의 쾌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바둑돌을 순순히 치우고 조용하게 자리를 뜰 뿐,이라고 전했다.

(2) ‘무덤덤의 공포 판팅위!’ ‘차돌바둑!’ 2013년 3월, 제7회 응씨배 결승을 지켜본 국내 기자들이 뽑은 헤드라인이다. 중국언론은 일찌감치 판팅위에게 소년석불(少年石佛)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석불(石佛)’이라면 ‘돌부처 이창호’의 전매상표 같은 것이다. 필자가 지켜본 판팅위는 이창호 9단보다 더한 포커페이스였다. 대국전이건 후건 도대체 표정이 없다. 터미네이터가 연상되었다. 

인간이라면, 아무리 차가운 승부사라 해도 얼굴에 승부의 내용이 조금은 드러나게 돼 있다. 국후 복기 때도 다를 바 없다. 대국장에서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우승한 뒤의 인터뷰에서조차 똑같다면? 훈련의 결과인지 타고난 성격인지 모르겠으나 이 ‘무표정’은 그 어떤 일급 기사를 만나도 언제나 똑같은 침착함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인 듯하다. 

박정환 9단을 3-1로 꺾고 응씨배를 차지했을 때 중국의 위빈 감독은 “판팅위가 다른 90후세대랑 어떤 점이 다르다고 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인상적인 게 그의 성격 부분이죠. 그는 확실히 달라요. 모든 일에 대해 차분한데 바둑에만 열정이 넘쳐나요. 이런 건 '셰허'나 치우쥔과 비슷하죠. 내 생각에 90후세대 기사들이 판팅위의 '몰입' 방식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판팅위 또한 “나의 기풍은 나의 성격과 같다. 모두들 ‘안정’형이라 한다.” 말한 바 있다. 

우동하  2014-02-17 

더보기 : 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div_no=A1&num=518873&pageNo=1&cmt_n=0


by orobadukad 2014. 2. 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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