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소재로 한 범죄, 액션영화 ‘신의 한 수’가 7월3일 개봉 이후 300만 명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신의 한 수'는 지난 15일 누적 관객수 254만 5,171명을 기록했고, 이러한 추세라면 금주 안에 300만 관객수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신의 한 수'는 영화소재로는 낯선 바둑을 소재로 했다는 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19금)이라는 제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평일평균 10만, 주말평균 20만 관객을 유지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 특히 여성 관객에게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맹기(盲棋)와 같은 바둑적인 요소들이 흔히 접하지 못한 신선한 소재로 부각되면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여성들이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다.

영화를 본 바둑팬들은 어떠했을까. 영화에서는 박진감 있고 스피디한 극의 흐름에 묻혀 바둑 두는 장면, 장면마다 충분히 음미할 순 없었지만 적어도 바둑마니아라면 바둑판에 놓인 돌의 관상(모양)만 보고도 척하고 와닿는 감(感)이 있지 않았을까. 

엇! 저 바둑은 누구와 누가 둔 바둑과 비슷한데... 
배우들의 착점하는 손 맵시가 생각 이상 프로급인걸! 
클라이맥스에서 기막히게 장생(長生)을 출현시키네. 

바둑을 잘 아는 소수의 관객보다는 모르는 다수의 관객을 아우를 수밖에 없기에 영화는 바둑의 내용적인 깊이를 파고들거나 설명에 집착하지 않는다. 따라서 바둑은 극의 전반을 떠받치는 얼개지만 스토리 전개에서는 소품과 같은 구실에 머문다. 이것은 바둑을 전혀 몰라도 영화에 몰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치밀하게 계산한 감독의 연출 의도였겠으나, 한편 바둑이 가진 순수한 장점과 정신이 극에 넉넉히 녹아들었기를 기대했던 바둑팬들의 시각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 바람에 ‘신의 한수’는 준비단계와 제작과정에서 바둑에 들인 정성에 비해 바둑팬들로부터 지나치게 ‘폭력성’만 지적받는 경향이 있다. 바둑적인 관점에서만 평가하기보다 19금 범죄액션 장르라는 점을 한수 접어주고 볼 필요가 있다. 폭력, 조폭물의 영화가 바둑의 이미지를 왜곡하고 실추시킨다는 논리는 지나친 노파심이라고 본다. 바둑이 가진 건강성이 영화 한 편에 좌지우지될 만한 약골이 아니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주가조작으로 ‘인생 한방’을 노리는 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영화 최초의 주식소재 영화 ‘작전(2009년 개봉)’이 주식시장의 이미지와 건강성을 해쳤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승부조작 내용을 다룬 스포츠 영화도 많다.


▲ 이미지 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요는 재미로 볼 영화는 일단 ‘재미’에 방점을 찍고 보자는 것이다. 솔직히 재미있게 봤다. 조세래 감독의 ‘스톤’에 바로 이어 선보인 한국 최초의 바둑소재 영화이다 보니(‘바둑영화’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기대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고스트 바둑왕’ 같은 드라마나 ‘기성 오청원(The Go Master 2007)’ 같은 바둑영화도 있고, ‘스톤’이나 ‘신의 한 수’처럼 바둑을 다룬 영화도 있을 수 있다. 다만 한국에서 처음 선을 보인 바둑소재 영화가 조폭이 나오고 폭력이 난무하는 내용이다 보니 바둑이 가진 좋은 점만을 내세운 바둑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을 따름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한 수 접고서) 바둑을 어떤 식으로 연출했을까, 하는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일단 영화판에서 흥행에 비관적인 소재로 여기고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던 바둑을, 그것도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가 나왔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어라? 바둑소재 영화도 흥행이 되네?...라는 인식이 심어지면 순수 바둑영화를 볼 날도 오는 것이다. 


▲ 주인공 태석은 출소 후 자신이 당한 대로 하나 하나 복기하듯 '살수' 일당에게 복수해 나간다. 사진은 오로대국실을 통해 보복전을 펼치는 주인공 태석. 사이버오로는 영화제작을 위해 촬영에 용이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협찬했다. [이미지 제공: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신의 한 수’에서 컴퓨터와 태블릿PC로 두는 인터넷바둑 장면은 사이버오로 대국프로그램으로 찍은 것이다. 영화는 리얼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대국(바둑내용)도 사전에 많은 준비와 고민을 거쳐 만들었다. 영화에 나오는 대국마다 기보가 있다. 모두 18개다. ‘바둑감독’으로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한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김선호 2단의 손길을 거친 것이다. ‘바둑감독’이란 직책은 ‘무술감독’ 같은 것이다.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바둑감독과 배우들이 신경 쓴 ‘바둑공부시간’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김선호 2단과의 ‘영화 국후담’ 인터뷰는 별도 기사로 나간다.) 

영화 제작사로부터 18개 기보를 입수했다. 김선호 2단은 “바둑 고단자가 아니라도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기보를 만들고자 신경썼다.”고 한다. 글이 길어, 먼저 영화 전반부에 해당하는 7판의 기보를 소개하고 나머지는 2, 3편(김선호 인터뷰)에 이어 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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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div_no=A1&num=519370&pageNo=1&cmt_n=0

by orobadukad 2014. 7. 18. 16:33




주연배우 3인이 말하는 바둑영화 <스톤>

정용진  2014-06-12  



개봉을 앞두고 VIP시사회가 있던 날(6월5일) 주연배우 세명을 함께 만났다. 우리나라 최초의 바둑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생각하는 바둑은 어떤 모습일까. 바둑영화를 찍은 감회는 어떠할까.

- 안녕하세요. 개봉에 즈음해 정신없이 바쁘시죠? 바둑영화이고 사이버오로가 바둑인터넷사이트이니만큼 바둑에 입문한 동기, 기력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조직보스 남해 역, 김뢰하) “앗, 오로에서 오셨다니 더 반갑군요. 오로에 제 아이디가 아직 있지 않나 싶어요. 한창 둘 때 7~8급까지 올라갔었는데...그것 땜에 피해 많이 봤어요. 연극연습도 소홀히 하고...하하.”

(남해의 오른팔 인걸 역, 박원상) “그때가 대학로에 당구보다 사람이 모이면 바둑을 더 두던 시절이었죠. 분장실에 바둑판이 있고...인터넷바둑 하면 오로바둑을 으뜸으로 취급했어요. 전 18급으로 시작해서 한창때 14급까지 가다가 (자꾸 지니까) 에이씨 안돼...하고는 중단해버렸죠. 우리 어릴 때는 또래에 바둑을 두는 애들이 없어서 아버지와 형이 대국하는 어깨너머로 배웠는데 그 이상은 못 갔네요. 그래도 단수가 뭔지 룰 정도는 아는 ‘군대 3급’(인걸은 극중에서 군대3급을 자처한다) 정도 수준은 갖췄다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민수 역, 조동인) “보도를 통해 접하셨겠지만 제 아버지가 조세래 감독님이십니다. 바둑마니아셨죠. 아버지께선 아들과 바둑을 무척 두고 싶어 하셨어요. 먼저 형님에게 가르쳤는데 기재가 없다며 포기했고 둘째인 제가 곧잘 두니까 붙들고 가르치셨죠. 9점 깔고 한번 이기면 천원을 주셨어요. 그 욕심에...그래도 중학교 때 한번 이겼습니다. 오로바둑 많이 두는데요, 2~3급 됩니다.”

조감독이 30년전 <명인> 제작자를 찾지 못해 직접 독립영화사를 설립한 바 있는데 그때 영화사명이 ‘동인필름’이었다. 지금 보니 아버지에 이어 영화계에 뛰어든 둘째아들 이름(조동인)에서 따온 사명이었다.


▲ 연구생에서 퇴출된 후 인생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주인공 민수 역을 연기한 신인배우 조동인. 조세래 감독의 차남이란 게 밝혀지면서 더 눈길을 끌었다.


- 요즘은 영화 한 편에 웬만한 중소기업 규모 정도 되는 제작비가 투입됩니다. 이에 비하면 제작비 5억원에 불과한 <스톤>은 저예산 영화인데요, 출연료도 그렇고요 바둑영화다 보니 바둑을 이해하는 배우를 캐스팅했을 텐데, 이런 걸 헤아리면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듯합니다.

(김뢰하) “이 동네가 서로 인연이 얼기설기 엮어 있는 동네라 모르고 지낼 수 없는 곳이죠. 배역 제의를 받고 사무실로 하겠다고 말씀드리려 찾아갔는데 느닷없이 돌 한번 놔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내가 연기생활하면서 다른 오디션은 많이 봤는데 돌 놓는 오디션은 처음이었지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돌을 놓는데 허참, 그렇게 긴장되더라고요. 돌 놓는 폼을 보더니 ‘어, 됐네.’ 이러시더군요.”

.....................


▲ 조직보스 남해 역을 열연한 중견배우 김뢰하. 인생회한에 젖어있던 중 민수에게 바둑을 배우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갈등에 휩싸인다.


공정하게 살아라, 왜 반칙을 일삼느냐

- 조세래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뢰하) “감독님이 이 영화에서 가장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제 생각엔 이런 거 같아요. 사회에 대한 감독님의 신념 같은 거랄까. 공정하게 살아라, 왜 반칙을 하냐. 이 사회에 반칙, 공정하지 않은 게 너무 횡행하고 당연시되는 거에 대한 목소리를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극중 조직 보스 같은 사람은 반칙으로만 살아왔고 반대로 바둑으로만 살아온 민수 같은 사람은 공정한 걸 인생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왜 안 되는가? 이 사회에서는 왜 한수씩 공정하게 안 두는가? 하는 외침이 있는 거 같습니다.” 

(박원상) “스톤이란 영화 안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아마 객석에서 한 분 한 분마다 자기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이 영화에는 용기에 대한 메시지도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들더군요. 조폭 남해가 살아온 날에 대해 회의하면서 새로운 선택을 놓고 갈등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용기지요. 진정한 용기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더보기 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div_no=22&num=519254

by orobadukad 2014. 6. 13. 10:14


▲ <바둑은 흑과 백으로만 구성됐는데 지금까지 내용이 같은 판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인생 철학이 그 안에 담겼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영화를 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접하지만, 이번에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프로기사 역이라 바둑을 좀 배우려고 했는데, 도움을 주시던 프로기사 분이 짧은 시간 안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하여 나는 바둑 두시는 분들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이렇게 돌을 놓는 연습을 많이 했다> - 정우성 -



바둑 영화라는 점, 그리고 정우성 이범수 안성기 같은 국민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초호화 캐스팅이 눈길을 끈다. 

사기 바둑꾼들에게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전도 유망한 프로기사)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느와르 ‘신의 한수’제작발표회가 28일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정우성, 안성기, 이범수, 김인권, 이시영, 안길강, 최진혁 등 출연배우 7명과 조범구 감독이 아침 11시 참석해 약 1시간 30분 동안 영화 찍은 얘기를 하고 포토타임을 가졌다. 

영화동네에선 정우성의 레전드 액션연기와 안성기의 맹인 연기 그리고 이범수의 악역 변신, 김인권의 코믹 연기, 이시영의 팜므파탈 도전, 안길강의 감정 연기, 최진혁의 액션 도전을 주목하고 있다. 바둑가에서는 이에 더해 바둑을 얼마나 리얼하게 묘사했을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정적인 바둑의 속성을 스크린에 잘 나타내기 위해 조범구 감독은 열정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김수광  2014-05-28 

더보기 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num=519201


▲ 정우성(태석 역). 복수에 목숨을 건 전직 프로기사 역할을 맡았다.



▲ 이범수(살수 역). 태석(정우성)에 맞서는 절대악의 축 역할을 맡았다.



▲ 안성기(주님 역). 맹인 바둑인 역할을 맡았다. 안성기는 맹인 연기를 처음 해본다.



▲ 김인권(꽁수 역). 생활형 내기바둑꾼 역할을 맡았다. 살벌한 액션 속에서 김인권은 웃음을 선사한다. 감독으로부터 축구의 지단 같은 볼배급 노릇을 해달라는 주문을 받은 그는 포토타임 때 공을 모는 포즈를 취했다.



▲ 이시영(배꼽 역). 배꼽은 내기바둑계의 꽃이다. 유망한 프로기사였지만 어쩌다가 살수의 편에 서게 됐다.


by orobadukad 2014. 5. 29. 11:17




화제의 바둑영화 '신의한수' 1차 예고편과 포스터가 공개됐다.

'신의 한수'는 정우성, 안성기, 이범수, 김인권, 안길강, 최진혁, 이시영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출연한다. '뚝방전설(2006)'과 '퀵(2011)'을 선보이며 흥행성을 인정받은 조범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차 예고편에는 정우성의 카리스마와 비쥬얼이 상당하다. '범죄로 변해버린 신들의 놀이판'의 자막과 함께 "절반을 줄게 30억"이란 정우성의 대사로 예고편은 시작한다. 이어서 안성기, 최진혁, 이시영이 강렬한 인상을 선보인다. 또 정우성과 최진혁이 냉동창고 속에서 상의 탈의를 한 채 대국수련을 하는 장면도 볼거리다. 

전체적인 영화 스토리는 사기 바둑꾼들에게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전도 유망한 프로기사)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느와르 액션영화다. 극중에서 인터넷바둑을 두는 장면도 나오는데 영화촬영에 맞춘 별도의 프로그램 제작이 필요해 이를 사이버오로에서 기술지원을 했다. 눈에 익숙한 사이버오로의 바둑판과 바둑알, 대국실, 바둑어플도 영화 속에서 보게 될 것이다. 

영화 '신의 한수'는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문 URL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div_no=11&num=519144

○● 영화 '신의 한수' 바둑장면 첫 촬영! ☜ 관련기사 바로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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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badukad 2014. 5. 12. 14:08


▲ 영화 - 스톤 - 을 감독한 조세래 감독


바둑과 영화를 사랑한 <스톤>의 조세래 감독 스토리 / '씨네21' 장영엽 기자


○● 영화 "스톤" 조세래 감독, 인생과의 전면 승부를 택하다

"언제 내려오셨어요?" 부산영화제 상영관을 오가며 영화계 관계자를 만나면 으레 하는 인사다. 그 인사에 뒤따르는 말도 매년 다르지 않다. "영화는 좀 보셨나요?" 하지만 이건 그냥 하는 질문만은 아니다. 행사와 미팅으로 빠듯한 부산에서의 일정 중에, 수많은 영화들 가운데서 눈 밝은 영화인들이 관람을 택한 몇 편의 작품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상영작인 <스톤>도 그렇게 발견한 영화다. 바둑과 조폭이라는 극단의 장르를 결합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인상적이라는 점이 <스톤>을 추천한 이들의 대체적인 관람평이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영화에 주목하게 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57살에 첫 장편영화를 연출한 조세래 감독에 대한 호기심이다. 충무로에 오래 머물던 이들도 현장을 떠날 시기에, '신인감독'이란 타이틀을 달고 다시 영화판에 복귀한 1980년대 영화인. 바둑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역수>와 <승부>의 작가이기도 한 그는 어떻게 <스톤>을 만들게 되었을까. 다음은 조세래 감독이 직접 들려준 영화와 바둑, 인생에 대한 긴 이야기다.


▲ 스톤 촬영중, 조세래 감독



종횡으로 교차하는 직선의 줄. 그 줄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검은 돌과 흰 돌의 승부가 13살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소년은 바둑이 좋았다. 겉으로는 적막이 감도는 점잖은 경기이지만 바둑판에 돌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정신적으로 격렬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이 스포츠에 유년 시절의 조세래 감독은 매료됐다. 하지만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부모 역시 아들이 먹고살기 힘든 바둑을 업으로 삼는 것을 원치 않았다.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취미로 바둑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 영화가 그의 인생으로 들어왔다.'르네 클레망의 <태양은 가득히>를 봤던 사춘기 시절의 어느 날'을 조세래 감독은 잊지 못한다. 부유한 고등학교 동창을 흠모하다 그의 모든 것을 빼앗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는 알랭 들롱의 모습이 조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영화가 누군가에게 이토록 놀라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내가 직접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번 마음을 먹자 모든 것들이 명료해졌다. 시나리오작가를 꿈꾸며 국문과에 지원했고, 국문과를 중퇴한 뒤엔 직접 쓴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찾아다녔다. 20대 중반의 청년이었던 조세래 감독의 모습이다.

장영엽  201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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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div_no=T2&num=518591&pageNo=1&cmt_n=0

by orobadukad 2014. 4. 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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