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대한민국이 그 중심에 있다면 실감이 날까.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고령화속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최고의 국가라면 믿을까. 노인 인구의 비중이 7%에서 14%가 되는데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1년, 일본은 24년이 소요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7%를 맞았고 오는 2018년에는 14%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돼 불명예스런 세계기록을 또 하나 수립할 것이 확실하다. 

현대사회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나이 50을 넘어서면 따가운 은퇴의 눈총을 받게 되는데 이후의 생애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인구 10만 명당 80명을 넘어 선진국의 4배가 넘는 대한민국의 노인 자살률은 이미 심각한 정도를 넘어 국가 위기를 거론해야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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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강바둑모임’(기자 임의의 가칭)은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과 의료, 보건 관계자들이 함께 하는 친목 바둑모임으로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오전 10시 무렵 서초동 소재 원효빌딩 3층 ‘도서출판 편강’ 회의실에서 1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제한시간 없는 자유대국으로 수담(手談)을 즐긴다. 

참여하는 면면은 의료, 보건 관계자 중 바둑사랑이 지극한 사람들이다. 신언항(전 보건 복지부 차관, 현 한국 실명 재단 이사장), 유원하(전 국립 보건 원장), 문경태(전 보건 복지부 기획 관리실장), 이경렬(보건복지부 국제 협력관), 신준호(보건복지부 과장), 박일훈(보건복지부 사무관), 변창석(총무, 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법무지원 단장), 홍순철(전 보건 복지부 국장), 구을회(전 식약청과장), 전유일(한국 의료 분쟁 조정 중재원 경영지원 부장)

기자가 이 모임에 주목한 이유는 다른 바둑모임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건강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5060 편강바둑모임’이 건강을 지향하는 것은 의료, 보건 관계자들의 모임다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그 건강이 단순하게 오래 사는 숫자로서의 건강이 아니라 회원 전체가 몸도 마음도 청년처럼 건강하게 100세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가진 ‘건강 100세 클럽’이라면 얘기가 또 달라지지 않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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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편강바둑모임’의 첫 우승자는 서효석 원장. 아마7단의 짱짱한 기력으로 전성기 때는 KBS바둑큰잔치 전국대회 4강에 오른 강자를 제압하며 ‘천하서팔짱’, ‘서삿갓’이라는 미명을 날리기도 했다. 이번에도 회원들을 모조리 꺾어 전원 정선으로 내려놓는 기염을 토했는데 그 과정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았다. 최종결승에 맞붙은 상대가 신언항 실명재단 회장(전 보건복지부 차관)인데 신 회장은 청년시절 한때 프로입단을 꿈꾸었던 강자로서 오랜 기간 서 원장과 일진일퇴를 거듭해온 실력파다.



또 하나, ‘5060 편강바둑모임’에는 과잉이 없다. 치열하게 승부를 겨루지만 이기기 위해 얼굴 붉히는 상황은 단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 이곳에는 언제나 환한 웃음과 덕담만이 존재한다. 아, 건강을 지향하는 만큼 당연히 실내 금연이다. 흡연자가 없지 않지만 하나, 둘 금연하는 추세이고 끽연이 필요하면 대국 중인 회원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실외로 나간다. 모임이 끝나고 식사를 할 때도 왁자한 술판은 없다. 점심이라 더욱 그랬겠지만 여느 바둑모임과는 확연히 달랐다. 부침개와 막걸리 한잔, 바지락 칼국수와 비빔밥만으로도 자리는 충분히 흥겨웠다. 

50~60대의 대한민국 남자라면 어느 자리에나 있을 법한 정치 화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도 이 모임의 특징이다. 한가하게 오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니 그 대부분이 지인들의 경조사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친지, 이웃의 기쁘고 슬픈 일을 함께 나누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상이 어디 있겠는가. 잘 어울린 한 판의 바둑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음? 담담하게 주고받는 이야기가 한 판의 바둑 같다고? 바둑은 치열하게 부딪치는 승부 아닌가? 바둑 애호가라면 그렇게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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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고단자일수록 복기(復棋)를 즐긴다. 복기란, 승부가 끝난 바둑을 처음부터 다시 재연하면서 패인과 승인을 연구하는 과정이다. 당연히 실책이 걸러지고 성찰이 따른다. ‘이끼’, ‘미생’으로 국민만화가의 반열에 오른 윤태호 작가는 ‘세상 그 어느 승부가, 모든 것을 끝낸 뒤에 승자와 패자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과정을 되짚으며 성찰을 나누는가. 오직, 바둑만이 그렇다.’는 요지의 말로써 미생이라는 대작을 완성하면서 느낀 바둑의 매력을 밝혔는데 ‘5060 편강바둑모임’의 회원들은 하나같이 그런 복기의 희열을 안다. 저급한 과잉의 삶보다 고급한 절제의 삶을 지향하는 인생의 고수들이다. 

여기까지면, ‘5060 편강바둑모임’ 꽤 괜찮은데? 이 정도로 끝나겠지만 아직 남았다. 아니, 이제부터가 진짜다. ‘100세 건강’을 주창한 서효석 원장의 이야기가 남았다. 서 원장은 지난해 술을 끊었다. 보통 사람도 쉽지 않은 일인데 평생 술을 가까이 해왔고 바둑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데다 진료와 각종 강연으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는 명의가 술을 끊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끊었다. 칼로 무 자르듯 단번에. 그뿐인가. 대대적인 체중감량에 돌입했다. 건강이 나빠진 것도 아니다. 뜻한 바가 있어 금주를 선언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바로 답이 왔다.

“편강의학의 100세 건강을 전파하면서 뭔가 솔선수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이 100세 건강의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누가 편강의학을 믿어주겠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도 높은 헬스와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일반의 다이어트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방법, 서 원장만의 ‘편강 다이어트 요법’을 개발해 스스로 임상에 뛰어들었다. 자신이 개발한 편강탕을 복용하면서 채소와 견과류의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이 요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가벼운 산책 이외에 운동은 일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 없이 어떻게 체중감량을 해? 반신반의하면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정확하게 3개월 뒤 크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4개월 만에 16kg 감량. 서 원장은, 우연히 바둑대회를 논의하기 위해 편강한의원을 방문했던 기자의 눈을 의심할 만큼 야위어(?) 있었다.

손종수  201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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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badukad 2014. 2. 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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