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자바둑계는 춘추전국시대의 안개가 걷히고 최정 독주시대가 또렷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여류명인전에서는 근년 박지연이 가공할 포격으로 최정 왕국의 전복을 꾀했으나 실패했고, 최정의 아성은 점점 굳건해져 갔다. 박지은, 조혜연, 김혜민, 이민진 등 '언니급'은 타이틀 무대 전면으로 잘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최근 오유진이 여자바둑리그 스타덤에 올랐고 여세를 몰아 여류명인전 도전기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최정은 난공불락이 무언지를, 한국여자바둑의 막내이자 강력한 추격자 오유진에게 확실히 알려주었다.

23일 합천에서 끝난 제16기 여류명인전 도전기에서 최정은 오유진을 종합전적 2-0으로 눌렀다. 여자바둑 일인자 최정은 아직 19세에 불과하다. 잠재가능성은 더 크다는 얘기.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최종국이 된 도전2국을 마치고 수줍게 웃고 있는 최정을 만나봤다. 

- 초반에 참 특이한 포석을 들고 나왔다. 사실 대외목과 고목을 조합한 포석은 처음 본다. 평소에 구상하던 것인가?
“즉흥적이었다. 도전2국을 한 시간쯤 앞두고 산책을 하다 그렇게 두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예전에 대외목을 쓰는 포석이 있긴 한데, 오늘 포석은 나도 처음 써 본다.”

- 도전2국을 전체적으로 되돌아본다면?
“실험적인 포석이 성공을 거둬서 초반이 좋았는데 중반은 만만치 않아졌다가 오유진 사범이 조금 느슨하게 두는 사이 다시 유리해졌다.”

- 누가 뭐래도 최정의 독주시대다. 
“여자기사들끼리 경쟁하는 구도의 관점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 남녀모두가 참여하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길 꿈꾼다.” 

- 남자기사들과의 경쟁을 고려할 때 랭킹 상승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도 있겠다.
“지금 86위인데 올해 안에 50위 안쪽에 들고 3년 안에 20위 안쪽으로 진입하는 게 목표다.”

- 지금 심정은?
“1국 내용이 좀 안 좋았는데 오늘은 좀 괜찮아서 만족한다.” 

- 위협적으로 추격해 오고 있는 기사를 꼽아본다면?
“위협적인 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부담가는 기사를 꼽으라면 오유진 2단을 들겠다.”

- 그밖에는 없나?
“잘 보이진 않고, 언니들 쪽이 좀 더 팍팍하다.”

- 연구는 주로 어떻게 하나?
“국가대표팀 훈련이 가장 비중이 크다. 국가대표팀 훈련 분위기가 초기보다 더 안정적이다.”

-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예전에 복싱을 했는데 관뒀고 올해는 집에서 자기 전에 30~40분 정도 명상과 스트레칭을 한다. 운동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

- 서울에서 대국하는 것과 오늘처럼 지역에서 대국하는 것의 차이는 어떤가?
“지역 대국이 더 좋다. 이곳 합천만 해도 공기가 좋아서 바깥을 돌아다니다 보면 힘이 부쩍 난다.” 

- 잠은 잘 잤나?
“잠 잘 자기로 따지면 누구한테 지지 않는 편인데, 이번엔 긴장이 돼서 대국 전날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 좋을 때 몰아친 다음 유리해지면 낙관하는 편인 것 같다.
“내가 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낙관이 좀 지나치다.”

- 그런 낙관하는 것에 대해선 유창혁 감독께서 지적하실 것 같은데?
“뭐, 그런 거라면 감독님도 (상당한 낙관파시니) 지적하실 처지는 아닐 것 같다. ^^” 

- 남자친구 있나?
“아~~, 좀 소개 좀 시켜주시라~. 지금은 바둑이 남자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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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badukad 2015. 4. 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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