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란배 결승2국 하루 전날인 15일 오후, 체단주보(體壇週報)의 시에루이 기자가 방으로 찾아왔다. 한국기원 기전사업팀 전재현 과장과 기자는 호수 쪽으로 면한 테라스 문을 열어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가 침대에 걸터앉으며 물었다(물론, 그와 나의 대화는 전재현 과장의 동시통역에 의한 것이다). 

시에루이 “내일 대국(결승2국)을 어떻게 보냐?”

기자 “무서워서 말 못하겠는데? 당신들은 기사를 사실과 다르게, 쓰고 싶은 대로 쓰잖아. 나중에 무슨 욕을 먹으라고?”

우리에게 쓴웃음을 짓게 한 ‘이창호, 지하실 거주 사건’에 대한 ‘뼈 있는’ 농담이다. 이창호 9단의 열렬한 추종자(?) 시에루이 기자와는 오래 전에 소개를 받아 얼굴이 익숙한 데다 여러 차례 취재현장에서 마주쳐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 이 정도 조크는 자연스럽게 오간다. 전 과장에게 이 말을 전해들은 시에루이 기자는 유쾌하게 웃었다. 다소 과장된 제스처로 말하는 기자의 표정에서, 조크가 무겁지 않다는 걸 간파했기 때문이다. 

(↗ 사진 : 결승1국이 끝난 다음날, CCTV와 씨에루이 기자가 이창호 9단과 짤막히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서 있는 사람이 중국 체단주보의 씨에루이(謝銳) 기자.)

기자 “나는 이창호 9단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승1국도, 한때 저우허양 9단이 좋았던 적은 있지만 종반까지 이 9단이 승리할 기회가 더 많았다. 내용으로 봐서 이 9단의 대국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결승1국을 진 건 아쉽지만 그 정도로 흔들릴 이 9단이 아니다. 현재상태를 유지한다면 무난히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

시에루이 “이창호 9단의 우승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005-03-17 손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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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badukad 2014. 1. 20.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