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루소"인가? - 루소 탄생 300주년(2012년)을 앞두고

(중략)

몇 번인가의 만남은 압구정동에 있는 (재)국제평화전략연구원, 혹은 그 주변의 술집에서 고등어회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뤄졌다. 이전부터 여러번 만났지만 항상 막걸리를 마셨기에, 기억이 가물가물한 면이 있다. 자꾸 미루고만 있다가 기억나는 인터뷰를 10월 한가위를 맞아 옮긴다. 한가위를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 출간을 축하드린다. 그동안 하시던 작업이 <<루소사상의 이해>>라는 책으로 정리되어 나왔다. 어떤 책인가?
"루소를 연구한 여러 해외학자들의 논문을 편역했다. 박사공부를 할 때에 해외논문을 읽으면서 중요한 논문 50여개정도는 한글로 번역을 해놨었다. 그중 16개를 다시 추려 '편역'을 했다. 번역이 아니다. 항상 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지금에서야 완성하게 됐다. 돈이 되는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해야 했다. 아내가 몇년째 이 작업을 하는 걸 보고, 얼마나 받느냐고 묻기에 '얼마'했더니 그냥 어이없어 하더라. 인터뷰를 게재하기전 최소한 책에 실린 두편이상의 논문은 읽고 쓰기 바란다. 하하"

- 그러면 좋아하시는 바둑은 별로 못 두셨겠다. 
"음. 평상시에도 바둑에 푹 빠지진 못한다.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작업을 하다 머리가 아프면 저단의 ID로 오로바둑에 들어가 한 10~20분정도 초속기 바둑을 둔다. 좀 더 시간을 들여 두는 고단자 ID도 하나 있다. "

▶ 가끔씩 바둑을 즐긴다

- 예전에 오로바둑 동호회 연기바둑을 제안하시고, 주관까지 하셨었는데.
"아, 그건 바둑 베팅 초기에 워낙 말이 많기에 베팅이 없어도 바둑에 즐길만한 주제가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오로바둑에만 있는 독특한 연기바둑이라고 봤다. 베팅이 필요하다면 존재하는 것이지만, 다른 대안도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일종의 안티테제랄까. 연기대국의 전망도 밝다. 앞으로 타 스포츠 종목처럼 개인전 외에 복식과 혼합복식 등으로 종목내 메달을 놓고 경기다양화가 이뤄질 것임에 틀림없다."

- '루소'하면 프랑스대혁명前, 그러니까 거의 300년이 다 되가는 계몽주의 사상가인데... 오늘날 우리가 가장 쉽게 그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는 거 그런게 있나?
"많지. 가장 실감할 수 있는게 보통선거지, 설령 박정희 대통령이 다시 살아나도, 세종대왕이 부활해도 그가 가진 참정권은 1표다. 우리 모두와 같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 루소지. 너와 나는 모두 동등하게 1표. 일종의 사회계약이지. 요즘에는 "1주(株) 1표"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많아 졌어.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거나 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지. 그런 가치관 때문인지 요즘은 '20-80'의 사회를 넘어 '2-98'의 사회로 가는거 같애. "

- 사회가 그렇게 변한다면, 바둑계도 그렇게 되는거 아닌가?
"2-98처럼 간다고 봐야지. 아마도 한국바둑에서 프로가 되는 길은 한국사회의 다른 '대입입시학원'이나 '전문학원'처럼 상당부분 체계화되어 있을 거 같다. 2%가 되는 길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거지. 그렇지만 98%의 사람들을 위한 가치, 그런 생각은 어디서나 어느 분야나 해줘야 하는 거지. 한국기원이 '오픈제'도 도입하고 하는 걸 보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선 한국에서 천재가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게 천재가 쉽게 나타날 수 있는 시스템이지. 그렇다면 그 나머지인 98%도 지금 보다 더 가치있는 뭔가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2%'도 매우 중요하지만, 나머지 98이 건재해야 '2%'그룹도 존재할 수 있거든.

'오로지 이기는 것, 힘이 곧 정의(트라시마쿠스)'로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오래된거고 상당히 현실적인 가치야. 바둑팬들도 그런 관점에 익숙해져 있자나. 그러나 세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옳은 것이 정의"(정의가 힘, 소크라테스)라는 가치도 필요하거든. 말하자면 시민의식 같은거, 그런 것들이지. 

최병준  20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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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badukad 2014. 1.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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