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 <<미학 오디세이 1,2,3 >>의 저자
진중권, 미학과 진화의 관점에서 바둑에 시선을 돌리다


- 반외(外)고수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 "이세돌, 길들이려 하지 마라”‘
- 진중권, 미학과 진화’의 관점에서 바둑에 시선을 돌리다 


독설(毒舌)의 제왕 진중권?! 그러나 자기 콘텐츠가 없는 사람이 단지 독설만으로 그리 유명해질 수 있을까? 바둑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재주가 없으면 타이틀을 거머쥘 수 없듯이,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주장을 내놓는 ‘미학과 인문학’에서 자기 ‘내공’없이 단지 ‘독설과 말재주’로만 그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략) 

길들이려 하지마라! 

이세돌 사건을 간략히 설명해 드리겠다(경과를 간략히 알려줌). 존재가치가 매우 큰 개인의 자유와 의지가, 공식적인 대회 시스템을 흔든 셈이었다. 이세돌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사회성이 부족(시상식불참, 사인거부, 대회불참)한 행동들이 불거져 바둑계 구성원들을 당혹케 했다. 바둑계는 역대 1인자들에 대해 지금까지도 매우 관대한 경우가 많았었다. 실제로 눈에 안 보이는 점잖은 설득으로, 1인자들을 설득한 사례가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기존의 방식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가망 없는 논쟁대신 가망 있는 어떤 조율이 필요한 것 같다. 이세돌의 ‘존재가치’는 한국 바둑계에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훨씬 좋다. 다만 이를 어떤 식으로 바둑계 커뮤니티 및 구성원들과 조화를 하느냐가 문제다. 진 교수님이 보시기에 어떤 느낌이신가? 

"자존심 싸움 같다. 길들이려 하지 말고 그냥 놔둬라, 때론 참아주는 코드도 필요하다. 이세돌은 자아가 무척 강해서 약간 자폐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아주 제대로 된 자기 결벽증’ 같은 것도 보인다. 자기 프라이드가 너무 강해서 ‘번복’이란 있을 수 없는 성향일 것이다. 예술가나 유명작가들에게서 그런 성향을 흔히 봐 왔다. 이세돌 9단을 봤을 때 뭐랄까, 이세돌은 마치 바로크회화와 같다. 재밌고 격정적이며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넘친다.

당하는 스폰서 입장에선 당장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그러나 스폰서도 ‘멋진’스폰서가 되고 싶어 한다. ‘스폰서의 미학’은 그런 경우 웃고 넘어가는 것이 매력이고, 받아 넘겨줄 수도 있다. 그 친구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면서. (그러고 보니 결과적으로, 스폰서의 집합체라 할 수 있는 한국기원 이사회는 별 다른 이야기 없이 넘어갔다. 하고 싶은 것을 용인해 준 모양새다.)지난 일을 샅샅이 보여주며 잘못했다고 하는 거, 길들이려 하는 거, 그런 건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이세돌에게 절대 통하지 않을 거다. 이세돌의 입장은 다른 말을 인용하면 아마 이쯤 되지 않을까? - "대중의 오해를 허용한다. 시간이 지나면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본인 스스로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자기 스스로 잘못된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아무 것으로도 설득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세돌의 행동에서) 대중이 자유를 느낀다. 대중의 자유 선두에 서서 이를 쟁취해 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누구에게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건 1인자인 이세돌 9단뿐만이 아니라 1인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이세돌 9단이 1인자이니까 이세돌 9단만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까고 싶으면 까라, 단 제대로 까라""

물론 까고 싶다면 까야 한다. 이는 평론이다. 그 자체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고’가 평론의 대상에서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건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유명하더라도 (자기 내용이 없는) 잡스런 놈이라면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다. 또 유명하지 않은 신인이라도 하더라도 내용이 풍부하면 중요한 평론의 대상이다. 

그렇지 않은가? 평론에 있어 기본적인 자세는 "호의(好意)의 원칙"이다. 그의 작품, 행동, 말, 생각 등을 재구성하는데 좀 안 맞는 부분까지도 최대한 그에게 유리하게 언급한다. 최대한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을 해야 한다. 그의 생각이나 철학 까지. (어떤 사람은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잘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전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최대한 그를 이해한다.) 이렇게 최대한 재구성을 했을 때도 전혀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때가 있다. 


더보기 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div_no=22&num=512813&pageNo=4&cmt_n=0

최병준  2009-07-22 

by orobadukad 2014. 1. 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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