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년) 안소장의 사무실 한켠엔 아직도 대학시절에 바둑대회에 나가 우승상품으로 받은 바둑판이 훈장처럼 자리잡고 있다


유력한 대선후보(
 2012-09-08 현재) 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일찍이 바둑마니아로 소문났다. 정치적인 색깔을 떠나, 바둑을 좋아하는 유명인사로서 그의 바둑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바둑팬 또한 안원장의 '바둑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하리라. 예전 기사이긴 하지만 [월간바둑]에 실렸던 그의 인터뷰기사는 바둑에 국한한 내용이었으나 '안철수의 생각' 일단을 살펴볼 면이 있기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 사람의 행마법(96년 11월)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씨

글/정용진 편집장
사진/이시용기자, 안철수 바이러스연구소 제공


오늘날 지구상의 웬만한 것은 컴퓨터에 정복되었고 또 정복되고 있다. 체스는 이미 세계 최강자와 겨루는 수준에 이르렀고 장기도 머지않아 공략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바둑만큼은 아직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모를까 컴퓨터가 영원히 인간을 이길 수 없는 마지막 분야가 바둑일 것이라고 장담하기까지 한다.

컴퓨터의 두뇌는 0과 1의 이진수 조합으로 구동된다. 그런 의미에서 흑백의 이분법이 가능한 바둑과 유사한 면이 많다. 바둑과 컴퓨터는 지극히 수학적이라는 데에서 한 혈통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인간의 손에 만들어진 원시적인 컴퓨터의 형태가 바로 '주판'이라고 일반상식 책에 서술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주판'은 원래 '바둑'에서 변형되어 나온 기구라는 사실을 여럿 고문헌에서 증명하고 있다는 점. 

(중략)

서울대 의과대학 예과 2학년 때 취미활동 개발차원에서 배우기로 작심한 품목이 바둑이었다. 본과에 진학하면 취미활동을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다는 선배의 충고가 계기가 되었다. 정신수양의 의미도 곁들여 바둑을 두면서 어지러운 현실을 이겨볼까 생각한 것이다.

바둑은 사실 책으로 배우고 기원은 심심할 때 갔다. 안소장은 무엇이든 시작할 때 관련서적을 두루 사 이론부터 파고드는 성격이다. 그리고 책에서 배운 내용을 연습한다. 처음에는 행보가 더딜지 모르나 기초이론 무장이 단단하므로 종내에는 다른 사람보다 빠른 효과를 본다. 

바둑도 그랬다. 학기 중엔 청계천 고서점에서, 방학 중엔 고향 부산 구덕운동장 근처 고서점에서 눈에 띄는 바둑책은 죄다 손에 집었다. '월간 바둑'도 그때 만났다. 첫 길잡이가 된 입문서는 오타케(大竹英雄) 九단이 쓴 책이었다. 무작위로 산 책이 50권쯤 될 무렵 어렴풋이나마 모양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기원은 이때 비로소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10급에게 9점을 깔고도 100집 이상 져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으나 1년 만에 기원급수 2급까지 급행보를 보였다. 그때 기원급수 2급이면 지금 한국기원 심사기준으로 볼 때 아마 1~2단쯤 될 것이다. 당시 부산 한국기원 서면지원의 이기섭 사범이 듣기 좋은 소리로 무릎을 쳤다. 

"아깝다. 어릴 때 배웠으면 조훈현 못지 않을 기재인 것을..."

(중략)

함정수란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속지 않기 위해 공부하는 것 아닙니까. 상대가 함정수를 쓰지 않으면 사실 함정수를 알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함정수와 같은 컴퓨터 바이러스가 계속 출몰하는 한 그것을 찾아 연구하는 것은 저의 몫입니다. 그래서 다른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바이러스 퇴치와 같은 소모성 연구보다는 더욱 가치있는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더보기 http://www.cyberoro.com/news/news_view.oro?div_no=A1&num=517058&pageNo=1&cmt_n=100

by orobadukad 2014. 2. 12. 11:17